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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자취

샤넬 향수 팝업스토어 -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 @성수

by 루비의 기억 2024. 2. 21.

샤넬 향수 갤러리

성수동 팝업스토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샤넬 향수, 메이크업, 스킨케어를 구매한 고객에게 초대권 발송
웰컴기프트 증정

 

CHANEL PARFUMEUR Masterclass

전시 기간: 2023. 10. 23 ~ 2024. 04. 21
장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02

솔직히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기 전까지 샤넬에서 만드는 향수들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샤넬 향수하면 떠오르는 샤넬 No.5를 내가 썩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마릴린 먼로가 잠옷으로 입는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향수지만 정작 내 코에 매력적이지 않으니 무의식적으로 발동된 선입견이 겹쳐 샤넬이 내놓는 향수에 상당히 무관심했다.

 

다만 생일 선물로 받은 립스틱과 함께 따라온 초대권을 본 순간, 샤넬은 팝업스토어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길고 긴 서론을 요약하자면 염불 대신 잿밥에 마음을 두고 찾아간 셈이다.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 @성수 웰컴 기프트

웰컴기프트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향수와 리플렛이 담긴 웰컴기프트를 주고 손목에 띠를 감아준다. 샤넬의 심플하고 모던한 블랙 앤 화이트가 돋보이는 쇼핑백이 인상적이었다. 두 개의 향수 샘플과 간단한 리플렛이 들어 있었다.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1층: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LES EXCLUSIFS DE CHANEL)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은 일명 프리미엄 라인으로 17가지 종류가 있으며, 일반 샤넬 뷰티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일부 매장만 판매한다. 1층은 가브리엘 샤넬이 살아가면서 겪은 특별한 사건이나 장소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17가지 향수를 일러스트와 함께 배치했다. 오롯이 향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인지 내부는 꽤 어둡게 꾸며져 있었는데 검은 외벽에 조명이라곤 없이 오직 시향을 위한 샘플, 향과 어울리는 무빙 이미지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향수라는 매개체를 통해 심플함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샤넬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몽환적인 연출에 경탄했다. 각 향수마다 어디서 무슨 영감을 받아 어떠한 향을 만들었는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내부


하나하나 향을 맡으며 굽이치는 공간을 지나면 여러가지 향수를 모아둔 공간이 나타난다. 마음에 들었던 향수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고 비슷한 향을 더 추천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여성용 향수는 대부분 너무 달콤한 듯 하여 내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닭살 돋는 향'으로 느끼기에 남녀공용이나 남성용 향수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 곳의 연구원께 내가 좋았던 향을 서너개 말씀드리니 남성용 혹은 남녀공용 향수만 골랐다는 코멘트를 남겨주셨다.

 

샤넬 알쉬믹 향수 여정

2층: 샤넬 알쉬믹 향수 여정

처음 2층에 들어서면 트레이드마크인 진주 목걸이를 건 코코 여사의 눈길 아래 퍼프로 향을 맡아볼 수도 있도록 구성한 향긋하고도 감각적인 랩실이 나타난다. 샤넬 No.5가 릴리 로즈 뎁과 함께 유명해진 문구 You know me and you don`t(네가 아는 나, 그리고 네가 모르는 나)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이 곳을 넘어서면 밝고 산뜻한 분위기로 급변한다. 바로 기호와 취향을 분석하여 각자에게 맞는 향수를 추천하는 곳으로 향의 원료를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와 다양한 오디오를 감상하며 나의 취향에 맞는 향수를 조향사들이 찾고, 몇가지를 추천해주신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지 않는 향도 알 수 있다. 또한 르콩트르 향수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는데,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에어 퍼퓸만 맡고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아주는 기계다.

참고로 여기서도 내 취향은 참으로 확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취향 분석 후 추천받은 3가지,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까지 모두 남성용 향수가 나왔다. 그것도 일부 여성들이 쓰기도 하는 남성용이 아니라 정말 남성분들만 선호하는 그런 향 말이다. 조향사 분이 짧게 탄식까지 하셨던 기억. 아무래도 내 외모나 옷차림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상당히 여성스럽다 보니 아예 상상도 못하셨던 듯 하다.

 

샤넬 조향 마스터 클래스

3층: 샤넬 조향 마스터 클래스

이번 팝업스토어의 메인인 3층은 샤넬 퍼퓨머에게 아이코닉 향수와 특별한 원료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준다. 또한 이미지를 보고 향을 유추하기도 하고 향수마다 인상적인 키워드를 메모하는 시간도 있다. 특히 샤넬의 대표 시그니처인 동백, 까멜리아가 향이 없는데 만약에 향기가 있었다면?을 상상하며 만든 향수가 가드니아(GARDENIA)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2층보다 더 심도있게 내가 좋아하는 향이나 원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장을 안 하는 날은 있어도 향수만은 그날 그날 날씨와 옷차림, 장소에 맞춰 뿌리고 나갈 정도로 향수를 좋아하는 내게 인상적인 팝업스토어였다.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향수의 철학과 단순하고도 깔끔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구성 덕분에 샤넬을 다시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팝업스토어에서 받은 시향지는 향이 이대로 퍼지다 사라지라고 화장대에 그냥 두었더니 며칠 간 퇴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모던한 향기가 퍼져 며칠간 샤넬의 향이 생생하고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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